주말, 그 귀한 시간을 쪼개어 파운데이션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이미 무수한 블로그 리뷰와 카페 글을 검색하고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다른 곳은 둘러볼 생각도 없이 곧장 타겟 매장으로 직행.
얼굴 전체에 테스트를 받는 동안 이것저것 물어댔다
이거 좀 두껍게 화장되지 않아요?
왠지 좀 건조한것 같은데 이 제품 안 건조해요?
원래 커버력 약한 대신 엄청 가벼운 애들만 썼는데 얘는 어때요?
나의 모든 질문에 그 분은
아니요 자연스러워요
아니요 건조한건 메이크업 문제가 아니고 기초를 잘 하셔야해요
이건 커버력과 지속력까지 있어요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아요
얼굴을 건조하게 만드는 주범인 파우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나는,
마무리로 파우더를 발라주는 직원에게 엇 저 파우더 안쓰는데- 라고 하자,
아~ 이 제품은 지금 테스트 하신 제품과 입자 크기가 같아서 표현력을 한층 높여줍니다
하고 묻지도 않은 제품 홍보를 해주셨다
회사 입장에서. 그 직원은 프로페셔널이다
고객의 모든 질문에 상냥히 답을 해주었고,
메이크업을 완벽히 해주는 동시에 타제품 홍보도 열심히 하였다
결정적으로 매상도 올렸다.
하지만 두 시간 뒤, 결국 나는 환불을 하였다
진정 고객을 위하는 프로페셔널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 성격이 무엇인지,
고객이 던지는 질문의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객이 파우더를 거부할 정도로 건조함을 잘 느낀다면 과연 이 제품과 궁합이 잘 맞을지
등등의 숨은 사항들을 체크할 줄 알아야 한다
당장의 판매실적만 생각한다면 위 사항은 당연히 고려대상 밖일 수 밖에 없다
나 같은 사람은 환불하는 동시에 '이 브랜드 메이크업 제품 다시는 안 사' 하는 생각을 굳힌다
결국 저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 하나 (+ 나의 얘기를 듣는 주변인 중 일부) 를 놓친 것이다
잘 기억하자
언젠가는 내 일에 적용할 날이 올 테니까
ps 더블웨어. 이거 쓰고나서 파운데이션 신이 오셨어요 내가 찾던 거에요 등등의 찬양 리뷰를 남긴 사람들은
죄다 극지성. 인거? 나 참. 역시나 믿을 건 나 하나밖에 없어.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