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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일월십오일, 밤열한시
    기록/일상 2014. 11. 15. 23:01

    . 한참 계획서 쓰는 기간이라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하게 일을 했더니 그새 입술에 물집이 잡혔다 예전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해 보면 놀면서 일한거나 마찬가지인데. 사람의 적응력은 정말 어마무지하다



    . 일반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최고권력자의 전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토론과 질문을 가장한 싸움이 벌어지고, 권력자를 '대놓고' 꾸짖고 등등)들이 자주 벌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진보적인 조직이다 연구소는. 물론 나의 일상은 대부분 아직 80년대를 사는 게 분명한 사람들과 함께이지만.



    . 내 마음이 동해서 부탁하시기도 전에 미리 살피고 도와드리게 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지금 저 말도 안되는 말에 대꾸를 해야하는가? 싶은 사람도 있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내년에 휴가가 새로 생기는 거라 당연히 믿고 있었는데, 아니었네? 당장 이번 달 말에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네 어쩌네 했던 모든 설레발은 다 없던 걸로. 내년 여름 계획된 이태리 여행 가기에도 휴가가 모자란다. 대체 이를 어쩐담? 땡기는 것도 안된다는데? 나랑 싸우자.



    . 주말에 체킨, 체크아웃하지 않는 게스트들도 왠만하면 잠깐 들러 만나고 있다. sms랑 메일로만 이야기하다가 직접 얼굴 보면서 얘기하고 나면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낸 기분이다. 얼굴 보기 전 까지 그려봤던 상대방의 목소리나 성격, 말투, 제스쳐들이 딱딱 맞아 떨어질 때 느끼는 나만의 희열도 크고 말이지.


    오늘은 질문도 많고 자잘하게 챙겨줘야 되는 것도 많은 호주 할아버지 할머니 커플은 만나고 왔다. 할아버지는 역시나 예상대로 유머러스하고 제스쳐도 크고 말도 빠른 반면, 할머니는 조용하고, 움직임 하나하나도 조심스럽고, 모든 문장을 천천히 말씀하신다. 인종도 성격도 전혀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가 닮기는 또 얼마나 닮았는지. 할아버지는 내게 메일이나 iMessage 를 보내실 때 늘 본인 & 할머니 성함을 마지막에 함께 보내셨다. 다정하기가 어쩜. 참 감사하게도 와인을 두 병이나 안겨 주셨다. 호주 와인은 한 번도 맛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하다. 그리고, 가 보고 싶어졌다. 그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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