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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팔일, 저녁일곱시삼십분기록/일상 2016. 6. 8. 19:39
지리산 근처, 벚꽃길
. 몇 년 전 까지는 매번 웃기지도 않는 후유증이 그렇게나 오래 가더니, 이제는 놀랄 만큼 멀쩡하다
이게 다 나이 덕분인가 경험치 덕분인가. 뭐가 되었든, 다행이다
. 일이 많다 물론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하면, 일 많다고 얘기하기도 오글거릴 수준이지만.
'오지게' 화 낼 일도 없고, '나 건드리면 물어버릴꺼야'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아도 되고,
좋다. 좋은데, 실소가 절로 나오는 후진 사람들이 참 많다
. 이 시골 동네는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뭐 그런 애들이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걸 목격한다거나
회사운동장에서 고양이보다 큰 그 어떤 동물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는 것을 본다거나
잠깐 열어둔 창문 틈으로 온갖 벌레들이 쨘 하고 기어들어오는 그런 곳이라서
더 이상 사람이 아닌 타 생물체 때문에 놀라는 일은 없을 꺼라 생각했는데,
몇 주 전 주일 오후, 회사 안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슬렁슬렁 걸어들어갔다가
새에게 머리를 '맞았다' 하하하하하하하
해를 등지고 손으로 그림자 놀이를 하며 걷고 있는데
내 앞으로 무언가 큰 그림자가 스윽 나타나더니 머리를 제대로 치고 갔다
순간 엄청 큰 나뭇잎이 떨어졌나 하고 뒤를 봤는데
떨어진 나뭇잎은 하나도 없고 저 쪽에서 새가 발광을 하며 우는 소리만 났다
그 때 그 공포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상대가 어딘가에서 나를 보며 소리로 위협하고,
자칫하면 또 날아들어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은 좀 끔찍하게 별로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나 혼자 기겁하고 소리를 지르며 온 몸을 털어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
일주일 뒤, 친한 회사 언니도 같은 장소에서 (아마도) 같은 새에게 맞았다
심지어 몇 마리가 앞을 휙휙 지나가며 위협도 했단다
얘네 미침?
그 이후, 그 길을 지날 때 마다(물론 창문 꽁꽁 닫은 차 타고.)
저공비행하며 꿱꿱거리는 새들을 목격하는데, 조류도감을 아무리 뒤져봐도 안 나온다.
대체 이 새새끼들-_- 정체가 뭐지.
이제는 미친 사람들 플러스 미친 새들도 조심해야하나.
. 7월에는 어쩌다보니 일본으로 도피성 출장을 길게 떠난다 좀 신난다
다른 동네였다면 지금보다 '씐남'이 약 10배쯤 될 텐데.
.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을 만났다 감사하다 정말이지, 감사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 바르게 살자 바르게 바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