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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ilan, TH, Nov.26~Dec.04
생일주간 맞이 시밀란 휴가
몇 달 전, 별 생각 없이 특가 티켓을 사고 가서 뭐할까 5분 고민하다가
정신차려보니 리브어보드 예약 완료
대체 휴가는 언제 가는 것인가! 기다리다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정말이지 정신없이 가버려 더 늦었으면 마스크도 못 사고 그냥 렌탈할 뻔.
겁도 없이 로그수 9짜리가, 15년 여름에 어드밴스드 자격증 딴 뒤로 물질 한 번 안 한 사람이
덜컥 리브어보드를 예약해놨다니.
가기 직전에야 내가 얼마나 대책없는 사람인지 또 한 번 깨달았다
,,,뭘 새삼스레.호호호.
내가 탔던 할렐루야호는,
리뷰에서 본 대로 방이 좁음
열대 동네라 그런지 바퀴벌레들이 심심치 않게 보임
식사는 다 맛있음
4일 동안 14번 다이빙함
나는,
운 좋게 풀북이 아니라서 2인실 방을 혼자 씀
바퀴벌레는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죽였더니 하선 때 까지 열 몇 마리 킬 헤헿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맛있는 식사를 모레알 먹듯 그저 살기 위해 먹음
중간에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다이빙 한 번 패스
다들 리브어보드 한 번 하고 나면 너무 좋아서 매년 하게 된다는데,
나는 극기훈련 하는 기분이었다
조류가 조금만 강해도 혼자 전진을 못해서 내 다이빙가이드가 나를 질질 끌고 다니는 수준이었으니.
허벅지가 내 1.5배쯤 되는 그녀는 원래 프랑스에서 간호사(!!)를 했다고.
다이빙가이드들도 그렇고 다른 다이버들도 그렇고 다들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는건지 대체 호오오오
또 하게 되면 글쎄...나는 딱 3일, 하루 맥시멈 3번 정도가 적당할 듯.
쉬는 시간 마다 선수에 나가서 바닷바람 맞으며 한 숨 자던 것도 좋고
밤마다 일렁일렁거리는 침대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던 것도 좋고
내 생일이라고 파티해준 것도 좋고
생각지도 않게 jellyfish 유충(!!!)-
육안으로는 볼 수 도 없는 버러지따위에게 팔다리목턱을 공격당해서
거의 2주 넘게 간지러움의 극치를 느꼈던 것도 추억이다 (...아마도 이 자국들 1년은 갈 듯)
몇 년 전에 벼룩에 물렸을 때 이보다 더 간지러운 건 없을꺼다 했는데
노노노. 이 녀석이 최고임.
렌탈한 다이빙수트가 반팔 반바지라 팔다리가 정말 심하게 공격당했는데
대략 20여 명 중에 나랑 스위스아저씨만 반응함. 대체 왜. 나머지는 왜 다들 멀쩡해.
폭풍 구글링 하다 보니 미국에서 나온 safesea 라는 크림이 공격 방지에 좀 도움이 된단다.
다음 다이빙때는 꼭 사들고 가야지
시밀란 바닷속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내가 샤넬fish 라고 이름붙인 물고기(로그북에는 진짜 이름을 적어두었는데 그새 잊음)와
조용히 눈맞춤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불청객인 나를 뱉어내지 않고 품어준 바다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