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남김
-
28살 겨울기록/남김 2011. 12. 30. 01:02
Hampi, Mango Tree에서 먹은 탈리, two thumbs up! 아주 약간의 조울증 증세가 늘상 있긴 하지만 이번 우울의 기세는 나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운동은 해서 뭐해 옷은 사서 뭐해 책은 읽어서 뭐해 학교는 다녀서 뭐해 여행은 해서 뭐해 밑도 끝도 없이 이건 해서 뭐해. 하는 생각에 빠져서 잠은 12시간씩 자 뒹굴고 ('잠은 자서 뭐해' 하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하 그것 참...) 온갖 심술이란 심술은 혼자 다 부리고 지냈다 아 굳이 살아서 뭐해 하는 생각까지 스멀스멀 들때쯤, 엄마의 따뜻한 한 마디에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28살 겨울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훨훨 날아다닐 때야. 딸이 그렇게 살면 좋겠어 자유롭게' 날아다닐 때다 내년엔 더 밀도있게 살아야지.
-
힘내라 내동생기록/남김 2011. 12. 9. 17:59
내가 참 좋아하는, 내 동생 그림 미술을 전공한 동생은 휴학도 한 번 안하고 올해 2월에 졸업하자마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 곳 저 곳에서 인턴을 했다 몇 달 전 부터는 한 명품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얘길 들어보니 가관이다 진짜 고급 인력들 데려다가 죄다 인턴으로 '부려먹고' 있다 정직원 될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고 각 부서마다 '몇 년차' 인턴들이 그득그득하단다 원래 인턴으로 경험 몇 년 쌓아야 정직원 될까 말까 한다고 하는 동생 말을 듣고 더. 더. 화가 났다 그 간 거쳐간 동생의 인턴 생활을 보면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같은 상황이다 예체능쪽이 밥벌이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휴가같은건 당연히 없고 월급도 예상대로 개판이고 복리후생 따위 기대할 수 없다..
-
타인에게서 날 발견할 때기록/남김 2011. 6. 21. 12:04
어제 말라리아 약을 처방받아 근 7년 간 가던 약국에 갔다 약을 기다리는 잠깐 사이, 세 명의 손님과 한 명의 우체국 집배원아저씨가 다녀가셨다 약사 두 분은 세 명의 손님에게는 정말 환하게 (내가 7년 간 보던 그 모습, 목소리 그대로) 인사를 했고 집배원아저씨께는 인사는 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싸인 하는 순간에도! 인사하고 돌아나가는 아저씨께 민망하고 죄송해서 내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으니 뭐 약을 들고 나오면서 아마 이제 이 약국 안 오겠지 싶더라 그 간의 친절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서라기보다 그 약사 분들을 볼 때 마다 그들과 똑같은 내 안의 가식이 들춰지는 기분일 것 같아서 말이다...
-
지하철 친구들기록/남김 2011. 3. 23. 21:31
. 할머니 1 '아 왜 빨리 빨리 안 타고 그러고 있어! 느려가지고 하여간...으이구' 사당역에서 4호선 갈아타는 중, 다들 내리길 기다리는 나에게 느려터졌다며 잔소리. 저를 안 밀치신게 감사할 뿐이에요 . 할머니 2 ' 어이쿠 여기서 5호선 타려면 복잡해요 합정가서 6호선 타고 공덕까지 가서 다시 5호선 타야해요' 2호선 신촌역 에서 할머니 3 에게 5호선 타는 방법을 참 '어렵게' 설명해 주시는 걸 얼떨결에 듣고는 냉큼 큰소리로 말했다 '그냥 영등포구청역에서 갈아 타시면 되어요~' . 아가씨 1 '그 남자 정말 이상하다니까요. 계속 만나면 내가 휘어잡고 지낼 것 같아요.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이에요. (울음) 아 정말 저한테 왜 그러세요? 커플 매니저가 취미세요? (웃음) 블라블라' 2호선에서 약 10..
-
누구를 위한 반 값?기록/남김 2011. 3. 16. 18:57
작년 말, 명동에 있는 규모가 큰 치과에서 동생과 스케일링을 받았다 소셜커머스 쿠폰으로. 치료가 끝나자마자 나는 충치 하나가 있어 아말감(?) 을 해야하고 동생은 금을 두 대 해야한다고 호들갑이었다. 문제는, 동생이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치과 진료를 2주 전 쯤 다녀왔는데 그 곳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는거. 미심쩍어서 '시간 맞춰 보고 다음에 연락할께요' 하고 나왔다. 그 이후 계속 오는 전화를 '바빠요' 하고 미루다가 어제 학교 치과에 들렀다. 참 신기하게도 아무 이상 없다고, 내년 2월 쯤 검진하러 한 번 들르면 되겠다고 하는거다. 우와- 있던 충치가 절로 치료되었나보다. 브라보 그 반 값 쿠폰이 꽤 빠른 시간 안에 매진 된 걸로 기억한다. (대략 몇 천 장) 그 치과는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아말..
-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7단계기록/남김 2011. 3. 3. 17:33
수업 끝나고 과제용 독서를 할까 하다가 춥기도 하고 보고서 과제를 먼저 해버리는게 낫겠다 싶어 집에 냉큼 왔다. 왔는데... 온 가족이 내가 없는 사이에 큐원 호떡 믹스로 호떡을 만들어 먹고는 갑자기 춘천으로 드라이브를 떠나버리고 없었다. 급 치밀어오르는 서글픔. 식탁에 앉아 가만히 내 감정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서글픈 이유가 무엇인가? 먹을 호떡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나 빼고 춘천나들이를 떠나서일까. 그러니까,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7단계 중 1단계-의식주의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인가 3단계-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인가. 결론은, 역시나 1단계. 어떻게 알았냐고? 갓 내린 커피와 과자를 한 입 먹는 순간 온 세상이 내 것인것 마냥 혼자 신나했으니까. 감정 분석이고 뭐고 필요도 없는 단순한..
-
드럼기록/남김 2011. 2. 23. 15:28
여전히 버벅거린다. 여전히 팔다리가 아프다. 나름 6개월이나 배웠는데.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20시간 즈음) 그런 주제에 전자 드럼 욕심이 난다! 비싼 건 말고 그냥 연습용으로. 위치도 구상해 두었다. 화장대를 치워버리거나 구석으로 옮기면 완벽하다. 아니면 내 방 베란다도 괜찮다. 겨울에 춥긴 하겠지만 옷 껴입으면 된다. 흠. 이러다 진짜 사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레슨 선생님이 들으면 웃겠다. 레슨 시간에나 열심히 하세요. 이러실 듯? 2년 안에 Jazz 연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아무래도 꿈이 매우 야무진 것 같아.
-
성형기록/남김 2011. 2. 12. 11:50
약 10년 전 부터 엄마는 쌍커플 수술해줄께.란 얘기를 지치지도 않고 계속 하신다. 대학교 입학 전, 회사 입사 전, 조금 긴 휴가 전, 그리고 요즘.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고 듣고있다. 뭔 마지막 기회가 그리 많은지. ㅋㅋ 내 눈은 외꺼플 치고는 조금 큰 편이다. 초등학생 때, 안구건조증 때문에 여의도성모병원 안과를 주기적으로 다녔다. 그 때 선생님이 내 눈썹이 눈을 찌른다며 쌍커플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클립을 들고 쌍커플을 만들어보시고는 이러셨다. 어우, 아가- 눈 엄청 커진다. 심하게 찌르는거 아니면 하지말자. 그 때나 지금이나 외꺼플 내 눈이 좋다. 굳이 수술을 해서 눈이 커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끔 눈화장을 진하게 하는 날은 저녁 때 쯤 ..